우리 형법은 1953년 제정될 당시부터 모욕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만5천환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재에도 자유형의 법정형 상항은 동일하지만, 벌금만 200만 원을 상한으로 개정되어 있지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모욕죄가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헌법에 반한다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모욕의 개념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함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
때문에 제가 과거에 수행했던 모욕죄의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까지 이르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형사법 영역에는 '모욕'과 같이 불특정의 포괄적 개념을 범죄구성요건으로 삼는 조항이 여전히 산재해 있습니다.
부득이 우리 법원은 이를 개별 사안에 있어 구체적 타당성과 법정 안정성을 균형있게 고려함과 동시에 법학적 해석의 범주 내에서
위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해석해 오고 있습니다.
결국 수범자들은 법전을 펴서 어떠한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알 수가 없고, 관련된 선례에 대한 해석을 거듭 학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추상적 개념에 대한 해석 역시 추상적이라면 추상적이라, 결국 일반 국민들은 스스로 내뱉은 '말'이 '모욕'인지에 대해 법률전문가에게 문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법률전문가들 역시 모종의 표현에 대하여는 확답을 내리기가 어렵죠. 또 다시 선례를 찾아보는, 순환이 계속되었고 그렇다면 결국 이 규정은 모욕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구체적 사례를 포섭할 수 없는 법기술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아니하는 한, 위헌적인 규정이라는 것이 저의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러한 기본적인 견해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최근에 성공사례로 소개한 모욕죄 등 사건의 고소대리사건을 오랜 시간 수행하면서, 이 조항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최선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피고사건과 고소사건의 차이일 수 있고 피고인과 피해자를 공감하는 측면의 차이일 수 있겠습니다.
제가 모욕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혹은 모욕죄가 위헌이라고 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던 사건은 피고인이 범죄피해자 모임에서 상대방을 '사기꾼'이라고 지칭한 사건입니다.
반면 제가 모욕죄로 처벌해달라고 고소를 대리한 사건은 여기에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의 혐오스런 욕설과 상스런 말을 한 사안이었습니다.
결국 결론은, 어느 정도까지를 모욕으로 의율할 것인가? 구체적으로는 모욕으로 처벌하는 구체적 표현의 양태, 강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의 한계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모두가 이런 종류의 의문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법률전문가들만의 몫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한의 필요성과 그 제한방식의 적정성에 대하여 보자면, 과거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심사에서 소수의견이 밝힌 아래의 내용은 매우 경철할 가치가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3. 6. 27. 2012헌바37).
위 결정에서 헌재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권력행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고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에 해당하므로그 행사를 형법으로 규정하고자 할 때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되어야 한다. 도덕이나 사회의 영역에서 해결 가능한 것은 도덕이나 사회 구성원에게 맡겨야 한다.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에 대하여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다. 오늘날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욕적 표현은 그 전파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수긍이 된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상당수의 악의적 표현행위는 주로 청소년들에 의하여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행해지고 있는데, 이를 모두 형벌로 규제하는 것은 청소년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필요하게 범죄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경미한 모욕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표현물을 삭제하거나, 행위자에 대하여 게시판에의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대안을 통하여 상당부분 파급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형사처벌을 통한 제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2년 검찰연감에 의하면 2000년 모욕죄는 1,858건이 접수되어 그 중 532명이 기소되었는데, 2011년에는 11,839건이 접수되어 그 중 6,260명이 기소되었다. 이와 같이 11년 만에 모욕죄로 기소되는 인원이 10배 이상 늘어난 현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인터넷상 표현이 많아지면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쉽게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일이 많아졌을 것이고, 모욕죄 고소가 그만큼 증가하였을 것이다. 이는 나를 향한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의견 표명과 감정표현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없어졌음을 시사한다. ‘모욕’의 범위에는 경미한 모욕행위,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까지 포함될 수 있는바, 이러한 표현까지 모욕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그렇다면, 이젠 경미한 모욕행위가 어디까지인지,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불과한건 무엇인지, 그게 비록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더 고민하고 구별하고 서로 다르게 취급하기 위해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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