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쓰백을 보았습니다.
감독부터 주연까지 전 부터 관심이 가는 설정이었는데
역시나 앉은자리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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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여자.
전과자라는 낙인 속에 힘든 일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돈을 모으며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자식도 사랑도 사치라 생각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자신을 그냥 ‘미쓰백’이라고 부르라는 여자.
그 단어에는 권위도, 관계에 대한 어떠한 정의도 들어가있지 않습니다. 차갑고 인정없지만,
그만큼 선을 지킬 수 있는 쉽고 편안한 호칭이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가씨 라는 단어와 함께 여성혐오호칭으로 이상하게 자리잡은 단어이기도 합니다만.)
남들이 남의 등이나 만지면서 산다고 뭘아냐고 하며 멸시해도 하지만
노동의 가치를 알고 소중히 여기는 여자.
지금껏 아무와도 엉키고 싶어하지 않던 그녀는
자신과 너무도 닮아있는 한 어린소녀가 눈에 밟힙니다.
멀어지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두사람.
서로에게 위로가 되며 서로만이 지켜줄 수 있는 사이.
아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단 건
반드시 자신의 경험에서 나와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이의 아픔과 두려움을 알고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강인하지만 여린, 성숙한 심성 탓인 것 같습니다.
많은 편견 속에 꽉꽉 막혀있는 우리의 머리 속을 띵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녀는 항상 하이힐에 붉은 립스틱, 딱 붙는 치마의 옷차림을 고수합니다.
이는 자칫 코르셋처럼 보이지만, 제 눈에는 이 또한 그녀의 방어기제로 보여졌습니다.
무심결에 아이에게 욕을 하고 나서
아이가 따라하자
너한테 한 거 아니야, 나한테 한거지.
라고 하며,
내세우지 않지만 자기만의 신념와 가치관을 철저히 지키며 사는 여자.
목욕탕에 감금되어있던 아이가 욕조를 무서워하자
자신의 몸 속 감추어두었던 상처를 묵묵히 보여주는 여자.
이런 나라도 괜찮겠냐며 따뜻한 진정어린 눈빛을 보이는 여자.
미쓰백입니다.
연기를 너무 잘한 탓이겠지만, 보는 내내 미움이 가득했던 두 분.
아이 친부의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뭐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냐는 비정어린 발언은 정말...
형사맘=내맘 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고싶은 엄마, 며칠이라도 해. 얼른 가.
자신을 보는 눈빛을 동정이라 믿고 싶은 미쓰백을 향한 형사의 진심 또한 담담하면서 열정적으로 그려진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아동학대를 그린 것에 나아가,
사회의 냉담한 선입견 속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었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전과자의 재사회화에서 오는 한계, 가정 내의 문제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우리에게 혼란스럽지 않도록 전달되게 노력한,
그리고 이 영화로 인해 자칫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는 사람들까지 배려한 앵글 역시 돋보였습니다.
감독의 섬세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감독의 시선, 카메라의 동선, 배우의 감정선이 만나 긴 여운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덕분에 아주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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